아침일찍 나와 시로야마 전망대(타워가 아니라 산 꼭대기입니다.)로 가려고 했으나 첫 버스가 9시부터 있어서 걸어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던 중 엄청난 폭우가 쏟아집니다. 자연스럽게 포기.

이럴줄 알았으면 사우나에서 좀더 잘껄 하고 할 일을 찾던중... JR패스의 만행. 그렇습니다. 괜히 타고 왔다갔다 하기. 하하. 특히 츠바메는 너무 마음에 들었던 지라 괜히 더 타보고 싶었습니다.

츠바메의 좌석은 정말 이뻐요.

오늘의 일정입니다.

"여~ 친구. 어디가시나?" 비둘기와 함께 오늘의 첫(?) 열차를 기다립니다.

첫번째 하야토노 카제!

독특한 내부 구조입니다. 관광열차 답다고 할까요.

이곳에도 방명록이 있었지만, 유후인노모리와 달리 한국인은 한명도 없더군요. 제가 처음으로 적어줬습니다. (열차에는 최근 1년까지만 보관되있는 듯 합니다.)

관광열차라 역시 실내 인테리어가 매우 세련되있어요.

하야토노카제는 가고시마를 기준으로 해안선을 먼저 달립니다. 그리고 산악지대로 들어가요. 일본의 해안은 늘 비와 함께 하는군요.

관광열차는 중간중간 간이역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10분씩 정차합니다. 산악지대로 오니 역시 거짓말처럼 날이 맑아집니다.

이 열차는 커플도 거의 없었고 대다수가 가족단위여서 나름 편안한 분위기였습니다. 하하. 사실 방명록도 그렇고 오늘 탄 4개의 관광열차 모두 방명록엔 한글이 안보이더군요. 더욱이 오늘은 관광열차들 안에서도 외국인은 한명도 못봤던 것 같았습니다.

헛.. 굉장히 고급스러운 티켓. 가..갖고싶다. JR패스 소지자도 저런걸로 주...줘.

낡아보이는 역, 낡아보이는 기차. 하지만 실내는 초특급. 선택과 집중의 좋은 예?

두번째 관광 열차 신뻬이! (같은 열차를 하행은 이사부로, 상행은 신뻬이라고 부릅니다.)

신뻬이에서 본 정말 귀여운 아이. 의외로 일본은 아버지와 자녀, 혹은 어머니와 자녀 끼리만 여행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 사진은 아버지가 도시락을 열자 아이가 "우~와~ 스고이~" 하면서 아버지가 뭐부터 먹을까 골라주는 장면입니다.

저와 계속 함께한 할아버지이십니다. 저는 오른쪽에서 계속 있었어요. 신뻬이 라운지에는 의자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힘든줄 모르고 갔지요.

간이역에 정차중.

앗 저것은!. 다음 관광열차에서 먹을 예정인 에키벤입니다. 그 열차에서만 파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도 팔더라구요. 다행히 옆에 계신 할아버지께서 친히 먹는 방법을 알려주셔서 (그냥 옆에서 처다본 것 뿐) 제가 먹을 때 조금 수월했습니다. 저도 바로 먹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이사부로.신뻬이는 산악열차라 선로가 내려다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차타고 등산하는 기분이랄까요.

시간여행.

이런분위기에서 감상을.

하야토노카제가 밝은 계열의 실내라면 신뻬이/이사부로는 다크브라운 계열~

스위치백을 하는 중입니다. 옛날 열차는 산을 계속해서 오르기 힘들어 이렇게 스위치백을 통해 산을 오르기 위한 가속 거리를 확보한다고 하네요. 지금은 전차 힘이 좋아서 필요없지만 애초에 선로 구조가 이런식인듯. 스위치백 할때마다 기관사 분들이 분주하게 끝에서 끝으로 움직이시느라 바쁘셨어요.

또 하나의 특이선로 루프선 입니다.

곤니찌와?

오른쪽이 이사부로-신뻬이 왼쪽이 다음에 탈 규슈오단도큐입니다.

이 할아버지에게서 에키벤을 구입했어요. 이 할아버지 유명하신걸까요. 같이 사진찍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3번째! 규슈오단도큐

이 열차는 일반적인 특급열차 좌석입니다. 여기서 에키벤을 먹기로 한것이 다행이었어요. 조용한 분위기.

두둥!! 이름은 鮎ずし(900엔). 鮎은 은어이고, ずし는 스시인줄 알았는데, 식품등을 넣어 두는 장이라고 합니다. 본래 이곳의 명물 에키벤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밤이 들어있는 밥과, 이 은어초밥 두 종류이지요. 김혜원씨의 드로잉철도여행기에선 밤밥을 드셨길래 전 과감히 이 에키벤을 골랐습니다. 머리까지 먹는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먼저 드신 일본인 할아버지를 살펴본 결과 머리는 통채로 버리셨고, 지느러미도 다 도려내고 드시더라구요. 그래도 일단 먹는거라고 하니, 일단 머리 부분부터 통채로 먹었습니다.!!

헉. 역시 아무나 먹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머리부분은 플라스틱을 씹는 느낌이 ... 역시 그 할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이 도시락을 들고 어떻게 먹나 고민만 잔뜩 했을 것 같습니다. 첫 시식부터 패배를 인정하고 딱딱한 부분은 다 제외하고 먹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생선을 좋아하시는 분이 아니라면 경고합니다. 함부로 드시지 말 것을요. 밤에 양치질 할때까지도 트림에서 냄새가...

맥주를 사는데 여승무원이 말을 걸어주셨어요. 신뻬이 어저고 저쩌고 하는 것으로 보아 신뻬이의 승무원이 그대로 이곳으로 옮겨타셔서 절 기억하셨나 봅니다. SL은 안타냐고 물어보시길래. 아아. 대충 생각나는 역이름을 말했더니. 알아들으셨어요. 헉.

열차는 조금 평범했지만 경치만은 가장 운치있고 좋았습니다. 바로 앞 분의 나른한 느낌이 느껴지시나요?. 정말 여유로운 여행입니다.

사이좋게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면서 풍경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SL을 타기 위해 내렸습니다. 정말 시골역이더군요. 심지어 역무원이 JR패스 발권을 처음 해보셨어요. 저에게 이게 뭐냐고 되물으시더군요. 헉. 제가 정말 엄한곳에 내렸나 봅니다.

귀여운 조형물입니다.

저 아이들에게 한가지 배운게 있습니다. 시골의 건널목은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파란색으로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서??) 네 사실 그동안 무단횡단을 좀...

으헉.

SL을 기다리다가 나름 놀라운 전차를 발견. 패밀리마트 전차 입니다. 안에 패밀리마트는 없더군요.

드디어 도착한 SL히토요시. 플랫폼 반대쪽에서 사진 찍는다고 이거 찍고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2009년 기준 SL히토요시 운행 날짜와 시간표 입니다. 규슈오단도큐와 SL히토요시 둘다 타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노선이 완전히 겹칩니다.) 저와 같은 방향으로 올라오면 중간에 갈아탈때 2시간 넘게 공백시간이 생기게 됩니다. 일단 히토요시에서 규슈오단도큐를 타고 한 역이라도 움직이면 히토요시로 제시간에 되돌아갈 열차편은 없었어요. (버스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중간에서 SL을 타기로 하고 저는 단지 시간으로만 1시간씩 분배한다고 야츠시로(八代)를 선택했습니다만, 정말 시간때우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히토요시는 2시간 도보관광 코스가 SL팜플렛에 소개되어있었어요. 다만 히토요시에서 2시간을 버틴다면 규슈오단도큐는 타지 못합니다. 즉 신뻬이를 타고 히토요시에서 내리면, 히토요시 관광과 규슈오단도큐 탑승 이라는 두가지 선택지가 생기게 되는데요. 규슈오단도큐는 열차 자체로는 특색있는 열차가 아니었기 떄문에 딱히 스탬프를 모으고 계신 분이 아니라면 그냥 히토요시 관광을 추천해 드립니다. 아니면 저 중간역 중에서 2시간을 버티실 곳만 계획적으로 찾으신다면 가장 좋겠지요. (참고로 白石역은 규슈오단도큐가 정차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정차함)

규슈오단도큐의 시간표 입니다. 참고로 규슈오단도큐는 쿠마모토를 지나 벳부까지 운행합니다.

사이좋게 한자리씩 차지한 꼬마들. 라운지도 정말 멋졌습니다.

SL히토요시는 최근에 개설된 열차라 그런지 정말 관광열차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너무나도 고풍스러운 객실 분위기입니다.
하루전에 발권하느라 창가측 좌석이 없어서 또 어색한 분위기에서 열차를 타나 걱정했는데... 다들 라운지다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객실은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열차 전체가 작은 박물관 같았습니다.

벽 곳곳에 그림과 옛날 사진들도 걸려있었어요. 벽지들도 무척 좋았습니다.

천장에도 디테일한 인테리어가... 잘 보면 SL히토요시의 문장입니다. (뒤에서 찍느라 숫자가 반대로)

기관사 아저씨가 열심히 손을 흔들어주시는 수고의 결과...

무려 이런곳도 있습니다.! 정말 세심하게 신경썼다는 부분이 많이 느껴지는 열차였어요. (책장 부분은 많이 어두워서 사진이 없네요.)

종착역인 쿠마모토에 도착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찍는 것도 치열한 경쟁이...

정말 복잡해 보이는 기관실. 문득 스팀보이가 떠오르더군요.

사실 객실에 에어콘도 나오길래 정말 증기기관차 맞아? 타면서도 반신반의 했는데 이 모습을 본 순간... 딱 봐도 너무 고생하신 얼굴이였습니다. 의심해서 죄송했습니다.

불구덩이.

열차운행이 완전 끝난 후라 더 이상 탈 승객은 없는데, 지금 저기 사람들은 전부 사진찍으러 와있는 사람들입니다. 제가 찍을때는 저것보다 2-3배 정도 더 많았죠. 재밌는건 지금 여기서 사진찍는 사람들 절반이상은 저 열차에서 내린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맨 뒤 전망칸입니다. 잘 만들었어요. 정말.

SL히토요시에서 산 에키벤입니다.(500엔) 히로시마로 가는 신칸센에서 먹었습니다.

주먹밥에만 랩이 쌓여있고 나머지는 정말 자연산 껍질로만 포장이 되어있었습니다.

주먹밥안에 ...그..그것이..

히로시마에 도착해 찍은 노면전차입니다. SL때문에 미야지마를 포기하고 원폭돔이나 가볼까 했는데 히로시마역에서 노면전차역까지 생각보다 꽤 멀어서

노면전차 정거장에서 찍은 원폭돔. 만 보고 바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일생일대의 실수를 하게 됩니다. 예정대로라면 히로시마에서 오카야마를 가는 신칸센을 타고 다시 거기서 선라이즈를 타고 도쿄로 가야 했는데. 히로시마에서 반대방향 신칸센을 타게 됩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실수 였지요. 착각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제가 탈 열차가 [신오사카행 히카리 레일스타 586호 21:29분] 이였는데 마침 맞은편에 [하타카행 히카리 레일스타 585호 21:29분] 열차가 있었던 것 입니다. 한 자리수 차이에 같은 시각 같은 열차가 히로시마엔 존재합니다. 이런 경우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열차이름 호수와 열차시간만 보고 탔는데, 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죠. 반대로 가던 신칸센 안에서 차간통로 벽에 열차 시간표를 붙들고 좌절하고 있었더니 승무원께서 표검사도 안하시고 친절하게 포켓용 신칸센 시간표를 건네주시더군요. 흐. 신칸센은 종착역 기준으로 24시 이전에 모든 열차가 끝나기 때문에, 신칸센 막차를 타고 겨우 히로시마로 되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히로시마 여행안내센터는 24시까지 운영을 하더군요. 그래서 캡슐호텔을 문의해서 찾아갔습니다. 인터넷 어디선가 히로시마역 앞에는 캡슐호텔이 널려있다라는 말을 얼핏 본 기억이 나서 믿었는데... 역앞은 커녕 한참을 걸어가야 겨우 한곳이 있다는 군요. 여행안내센터가 없었으면 그대로 노숙할뻔 했습니다.

캡슐호텔 찾아가던 길. 분위기가 좋지 않은 동네였습니다. 크흑.

Posted by 구운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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